코딩 직군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많은 IT 전문가는 개발자의 역할이 점차 감독 중심의 업무로 바뀔 것이라고 보고 있다.

AI 코딩 보조 도구와 로우코드 개발 도구 사용이 확대되면서, 많은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주니어 개발자 채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024년부터 2034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이 1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주니어 개발자를 중심으로 채용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이 AI 코딩 보조 도구로 인력 대체에 나서면서 채용 동결과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전망은 몇몇 통계로도 확인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 컴퓨터공학 전공 졸업생의 실업률은 7.5%, 컴퓨터과학 졸업자는 6.1%, 정보시스템 및 경영 전공자는 5.6%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전체 실업률 4.3%를 넘어서는 수치이며, 간호학(1.4%), 초등교육(1.8%), 토목공학(1%), 미술사(3%) 등 다른 전공 졸업생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편 레주메닷오알지(Resume.org)가 최근 미국 기업 리더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26년까지 기업 10곳 중 6곳이 직원 감축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10곳 중 4곳은 인력을 AI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미 AI 코딩 보조 도구가 업계 전반에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프로그래머 직군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치라그 아그라왈은 기업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주니어 개발자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그라왈은 “4년 전만 해도 나는 주니어 개발자로서 반복적인 CRUD 코드를 작성하며, 깔끔하게 작성한 PR 하나하나를 병합할 때마다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신입 졸업생들이 첫 직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연봉 9만 달러를 주고 주니어를 뽑느니 월 10달러인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을 쓰는 게 낫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그라왈은 여전히 미래의 개발자 역할이 존재한다면서, AI와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언제 AI를 의심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개발자보다 더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회사에서 역할은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AI 출력물을 검증하고 엣지 케이스나 보안 위험, AI가 잡아내지 못하는 논리적 빈틈을 점검하는 데 있다. 이제 AI보다 더 빨리 코드를 짜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올바른 판단력으로 AI를 이끌며 존재 가치를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력 감축 대 생산성
AI 기반 레스토랑 응대 서비스 리치파이AI(ReachifyAI)의 CEO 겸 CTO 질 자디아는 AI 코딩 보조 도구에 대한 기업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며, 일부 기업은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는 반면 다른 기업은 인력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디아는 “경제 상황에 따라 비즈니스 우선순위는 달라진다. 현재는 규모가 축소된 소규모 개발팀이 AI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는 추세다. 모든 기업이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사모펀드가 투자한 그룹이나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는 이미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경쟁 우위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지면 대기업도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디아는 신규 개발자 채용 동결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그는 AI가 작성한 코드를 감독하는 개발자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 코딩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사람은 줄어들겠지만, 그만큼 희소성이 높아져 변호사처럼 프리미엄 급 보수를 받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여전히 여러 서비스 간의 문제를 조율하거나, 보안 취약점을 수정하고 데이터베이스 잠금 현상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감독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디아는 “결국 날카로운 판단력을 가진 엔지니어가 직접 개입해 시스템을 지켜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AI는 결국 강력한 프레임워크, 고품질의 문서화, 그리고 기반 기술에 대한 근본적 혁신에 의존한다. 올바른 기술적 사고를 가진 전문가가 이 과정을 이끌어 주지 않는다면 AI는 스스로 이를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시니어 개발자의 필요성
다른 전문가도 AI 시대에 시니어 개발자의 역할이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AI 오케스트레이션 전문업체 트레던스(Tredence)의 AI 총괄 라칫 굽타는 “주니어 개발자 일자리를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겠지만, 코딩 직군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굽타는 “단기적으로 보면 과거 주니어 개발자가 맡았던 버그 수정, 테스트 스크립트 작성, 반복적인 코드 작성과 같은 업무는 이제 AI 도구가 충분히 잘 처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입 졸업생들이 첫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굽타는 앞으로 개발자의 역할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개발자가 하루 종일 코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하는 대신 점점 더 AI를 이끌고,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연결해 더 큰 시스템으로 통합하며, 고부가가치 문제 해결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주니어 개발자 입장에서는 경력의 첫 단추가 달라진 셈이다. 이제는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물을 다시 확인하며 맥락 속에 배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굽타는 시니어 개발자가 앞으로도 핵심 인력으로 남을 것이라며, “AI는 아키텍처, 규제 준수, 보안과 같은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기업의 비즈니스 로직이나 시스템이 지닌 윤리적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다. 감독과 판단은 여전히 경험 많은 엔지니어의 몫으로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로우코드 개발 플랫폼 멘딕스(Mendix)의 CEO 레이먼드 콕 역시 이에 동의하며, 시니어 개발자의 역할이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것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와 다양한 도구가 함께 작동하도록 조율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콕은 “에이전트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개발자는 단순한 코딩 직군에서 일종의 ‘작곡가’ 역할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라며 “이는 에이전트를 구성하고, 그들 간의 워크플로우와 계층 구조를 만드는 일이며, 저수준 연산 지시어 입력에 집중하는 기존 프로그래밍 방식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이 코딩 직군을 대체
하지만 콕은 전통적인 코딩 방식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로우코드 도구, 비주얼 프로그래밍 언어가 개발자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개발은 명령어 기반 코딩에서 벗어나 그래픽 중심과 AI 기반 방식으로 전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콕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아직 본격적으로 모델 기반 개발로 전환하지 못했지만, 머지않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등장하는 대부분의 에이전트 기반 IDE는 시각적 추상화, 모델 기반 추상화를 활용해 에이전트 체인을 구축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에이전틱 애플리케이션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콕은 IT 리더들이 다가올 변화를 대비해 소프트웨어 개발 생애주기를 재정의하고 새로운 도구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직원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코딩 기법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마련하는 것 역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자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 또한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콕은 “변화하는 것은 ‘업무’의 정의 자체다. 앞으로 개발자가 평가받는 기준은 생성형 AI와 모델 기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해 활용하는지,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환경에 필요한 비기능적 요구사항(NFR)을 얼마나 정확히 구현하는지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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