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와 AWS는 유럽 지역에 대한 이번 협력의 이점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벤더 종속 위험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올해 말 독일에서 첫 번째 리전을 출시할 예정인 ‘AWS 유럽 소버린클라우드’의 새 파트너로 SAP의 소버린클라우드(Sovereign Cloud)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이번 발표는 소버린 클라우드에 투자해 AI 확산의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 역량을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방대한 데이터에 의해 구동되는 AI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업 전반에서 데이터 주권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데이터 주권이 아직 초기 단계이자 복잡한 과제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규제 기관의 엄격한 감독을 견딜 만큼 견고한 체계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AWS는 2023년 처음 ‘AWS 유럽 소버린클라우드’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며, 올해 초에는 2040년까지 78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SAP도 이달 초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SAP 워크로드를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소버린클라우드 플랫폼을 확장하며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정부, 핵심 인프라, 금융, 의료 분야 등 이런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업에게는 세계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와 ERP 플랫폼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일 수 있다.
다른 벤더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어도비, 스노우플레이크, 시스코, 몽고DB는 이미 AWS 주권 클라우드 글로벌 지원 파트너로 참여를 확정했다.
“2개의 클라우드가 하나보다 유용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AWS 소버린클라우드 내에 SAP 소버린클라우드를 배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공식적인 설명은 이렇다. SAP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AWS 애플리케이션에 상당한 투자를 해온 고객이라면 두 플랫폼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SAP 이사회 멤버이자 고객 서비스 및 딜리버리 부문 총괄인 토마스 사우어에식은 “SAP 소버린클라우드 포트폴리오를 AWS 유럽 소버린클라우드에 배치하면 기업은 포괄적인 소버린 클라우드 제품군에 접근할 수 있다. 이는 AWS와 SAP의 신뢰할 수 있는 오랜 파트너십으로 한층 강화된다”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각각의 플랫폼은 클라우드와 애플리케이션 스택 전반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제공하지 못하지만, 양자를 결합하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때 AWS는 인프라 차원에서 규제 준수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AWS 유럽 소버린클라우드는 고객에게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킹, IAM(Identity Access Management), 보안, 운영 인력까지 모두 유럽 데이터 거주 규정을 충족하도록 보장한다.
SAP는 이 인프라가 AWS의 기존 글로벌 인프라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EU 외 지역 인프라에 대한 중대한 의존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설명에 따르면 AWS 유럽 소버린클라우드는 EU 기반의 “강력한 기술적 통제, 주권 보장, 법적 보호 장치”를 갖출 예정이다.
이 같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각 클라우드 벤더가 소버린 클라우드를 내놓고 있지만, 아마존이 주장하는 수준의 엄격한 감독 체계 없이 과연 이들 서비스가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호스팅어드바이스닷컴(HostingAdvice.com) 수석 애널리스트 조 워니몬트는 “특히 규제가 엄격한 시장 내 SAP 고객에게 이번 협력은 윈-윈이라고 본다. AWS와 SAP의 결합은 과거 의료나 금융 산업이 흔히 겪던 걸림돌을 사실상 없앤다. 예전에는 확장성과 주권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지만, 이제는 둘 다 얻을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두 대형 벤더와 협력하는 데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AP와 AWS 고객은 데이터 주권과 확장성을 한 번에 얻을 수 있지만, 두 거대 기업이 손을 잡을 경우 극단적 벤더 종속이나 가격 선택권 부족 같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아마존의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이 규모 면에서는 인상적이지만, 15년에 걸쳐 집행된다는 점에서 기술 산업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긴 시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마존은 이와 대조적으로 향후 5년간 104억 달러를 투자해 영국 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SAP와 오픈AI는 2026년까지 독일 공공 부문 직원이 데이터 주권 요구사항을 충족하면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을 위한 오픈AI’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SAP 딜로스 클라우드(Delos Cloud) 지역 이니셔티브를 통해 뒷받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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